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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udio/일상다반사

남녀간의 일은 도대체 알 수가 없더라 _ 사내 비밀 연애

회사에서 제 옆에 앉은 K대리가 있습니다

사무실에서는 말이 없지만 사무실 밖에만 나가면 말에 위트가 넘칩니다

착하고 성실하고 야구를 좋아하는 33살의 총각입니다

저와 같은 부서에서 발 맞춰 일한지 2년이 넘어가니 서로 알만한 건 다 압니다

작년 가을 초쯤 파티션 하나 건너 바로 옆 부서에 H양이 다른 계열사에서 넘어왔습니다

27살에 키도 크고 얼굴도 이뻐서 오자마자 관심을 많이 받았습니다

처녀, 총각이니 둘을 이어주고자 장난 반, 진담 반으로

H양을 데려다  주라고 집이 정반대인데도 K군을 같이 택시에 태워 보낸곤 했습니다

담날엔 택시비가 4만5천원이나 나왔다면서 투덜거리더군요

이렇게 몇 번 억지로 데려다주라고 시켰더니 나중엔 카드를 줘버리더군요 ㅎㅎ

계속 둘을 떠봐도 별 관심 없는 듯하니

선배들도 술자리마다 공약을 남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안에 둘이 결혼하면 LED TV와 냉장고를 사주겠다는 선배들도 나오고

술에 취해 꼬인 혀로 공약을 남발하는 모습이 핸드폰 동영상으로 남겨지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둘이 반응이 없자 어느 순간 시들해지고 관심이 없어질 무렵

제 앞에 앉은 다른 후배가 제보를 해옵니다

아무래도  두 달 연속 둘이 휴가일이 같은 것이 뭔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합니다

그런건 인식도 못했는데 또래들은 민감한가 봅니다

우연이겠지 하고 생각하고는 별다른 생각없이 그냥 넘겨버렸습니다

 

 

 

 

 

어느 날, 회식자리에서 의례 둘을 역어주려는 멘트들이 나오자 갑자기 둘이 11월에 날을 잡았다고 발표를 하더군요

모두가 장난인줄 알았다가 순간 모두가 얼어붙었습니다 ㅎㅎ

K대리는 저에게는 먼저 따로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요즘 회사 사정이 안 좋고 바빠서

얘기 못드렸다고 무척 미안해 하더군요

둘 다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고 역어주려고 했던 사람들이니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괜찮다고 했지만

약간은 서운한 생각이 들기도 하더군요

어떻게 사귀었냐고 물었더니 계속 같이 택시 태워 보낸것이 계기가 되었다며

 제가 둘의 결혼에 일조를 했다고 하더군요

지금 술마시고 TV에 냉장고 사주겠다고 얘기한 사람들은 멘붕(MB)상태입니다

동영상까지 있으니 실제 약속은 지키지 못하더라도 상당한 출혈은 감수해야겠죠?  ㅎㅎ

정말 남녀 간의 일은 둘밖에 알 수 없으니 말도 조심 행동도 조심해야 한다는 걸 다시 느낍니다

회사 사정이 안 좋아 아직 결혼을 공식적으로 발표는 못하고 있지만 좋아하는 후배 둘이 만났으니

예쁜 사랑 잘 키워나가갔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