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fe Studio/일상다반사

최고의 빈티지 2012년산 배추김치, 깍두기 _ 김장 김치 담그기

날이 쌀쌀해지니 김장철이 되었습니다

요즘은 김장 안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아직도 우리집에서는 연중 큰 이벤트 중에 하나입니다

매년 힘들다 내년은 줄여서 해야겠다 하시지만 막상 가보면 심어놓으신 배추에 입이 벌어집니다

올해도 어머니가 우리 가족들 몇포기, 작은집 몇포기, 이모네 몇포기, 기타 몇포기, 여분 몇포기 계산해서 아버지에게

150포기 정도 심으라고 하셨는데 아버지는 거기에 또 여분 몇포기 해서 200포기 가까이 나온 모양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서로들 셈이 틀렸다고 하시는데....누가 맞는걸까요? 진실게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어쨌든 올해는 작년보다 양이 좀 줄긴 줄었네요...

 

 

 

 

김장 전날까지 시현맘도 가고도 싶고 아기때문에 부담도 되고 해서 고민하다가 아기가 미열도 있고해서 올해는 저만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아침에 시현이가 따라가겠다고 우는데 데리고 가고 싶지만 날도 춥고 1박하면 밤에 엄마를 또 찾을 것 같아서 잘 달래놓고 나왔습니다

막히기전에 가서 아침을 부모님집에 가서 먹으려고 구리를 지나 중부고속도로를 올라서려고 하는데 어머니께 전화가 옵니다

김장에 쓰려고 소래에서 미리 사놓은 생새우를 방배동 여동생집 냉장고에 놓았는데 매제가 출근했다 저녁에 올 것 같으니

가지고 오라는....

헐...진작에 말씀좀 해주시지...

다시 차를 돌려 방배동 들려서 새우가지고 고속도로 교통상황을 보니 이미 정체가 시작되었네요

그냥 맘 편하게 먹고 오랜만에 혼자 차에서 음악도 크게 틀고 차안에 가득한 비릿한 새우향을 온몸으로 느끼며 낭만(?)있는

드라이빙을 했습니다

1시간 40분이면 올거리를 4시간만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도착하니 다들 반가워해주십니다

음...정확히 말하자면...저를 반가워 하는게 아니라 제 노동력을 반가워 하는 겁니다...소 한마리가 온거죠 ㅎㅎ

옛날 농업사회에서 왜 아들...아들 했는지 온몸으로 실감...^^

 

아침 일찍 와서 밭에서 배추뽑아 나르고 손질하고 절이는 것부터 도와드리려 했더니 금요일 큰 형과 형수님이 휴가를 내고는

먼저 내려와서 미리 다 해놓았네요

전날 비가 와서 걱정했었는데 마침 형이 캠핑용 타프를 가져와서 절여서 씻어놓은 배추가 비에도 무사했다고 어머니가 좋아하시네요

 

 

 

 

나무도 땔라고 했는데 바람에 재가 너무 날려서 꺼버렸어요

이날 바람도 많이 불고 쌀쌀했어요 ㅠㅠ

 

 

 

 

사람만 보면 그렇게 짖어대더니 이제 이녀석도 나이먹었는지 사람손이 그립나 봅니다

 

 

 

 

배추와 무는 준비를 해 놓으셔서 김치속에 들어갈 재료들을 준비합니다

파와 갓도 다듬고 저는 무채준비를 합니다

작년에는 한두분이 같이 준비했었는데 올해는 수십개의 무우를 혼자 다 갈았어요...

혼자 어떻게 다하냐고 말로는 도와줄것처럼 얘기들 하시면서 아무도 안하시고...

너 없으면 못한다는 둥, 이젠 오랜 김장 경력으로 길게 잘 간다는 둥, 빈말에 우쭐해 아픈팔에 힘을 더 주면서 열심히 갈았습니다

왜냐고요?...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니까요...

밑에 무우 보이시죠...장독대 위에도 세 다라이 가득~~~ 

 

 

 

 

큰 다라이로 가득 두 개 만들었습니다

김치 먹을때마다 무우가 보이면 제 생각들 하셔야 할겁니다 ㅎㅎ 

 

 

 

 

어른들은 주차장 안에 작업대를 만들어 놓으셨습니다

앉아서 하면 허리도 아프고 해서 장시간 작업을 위해 몇년전부터 이렇게 작업대를 만들어 놓습니다 ㅎㅎ

인간이 생산력 증대를 위해 진화한다는 걸 몸소 느끼고 있습니다 ㅎㅎ

 

 

 

 

산골이라 해도 일찍 지고 밤에 추워질것 같아서 석유난로도 준비했습니다

그래도 이녀석이 있어서 추위 방지에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면장갑을 끼고 고무장갑을 끼어도 날씨가 춥고 찬물을 만지다 보니 손이 시립니다

시릴때마다 끓고있는 물에 손을 담가주면 따뜻해집니다

손이 시려워 뜨거운 물에 손을 담글때마다 냉온욕 하는 것처럼 찌릿찌릿합니다

 

 

 

 

잘 절여져서 구석구석 속살까지 양념으로 발라질 생각에 부끄러워 고개를 떨구고 있는 배추양들...

 

 

 

 

드디어 모든 재료를 넣어 가며 김치속을 만드는 시간...

한창때 혼자 양념 모두를 비빈 기억으로 제가 혼자 세 다라이에 양념을 모두 비비길 기대하였으나 금세 헉헉거리는 모습을 보고

불펜진에서 형수님과 작은어머니가 바로 투입됩니다...제 능력에 대해 먹튀 논란이 일어날 것 같아요

정확한 레서피로 정확한 계량으로 모든 재료를 투척하고 한번에 비벼서 끝나는게 아니라 주관적인 손맛과 입맛에 의존하다 보니

이 재료 넣고 비비고, 저 재료 넣고 비비고, 간 보고 젓갈 더 넣고 비비고, 서로의 맛이 일치가 안되면 뭔가를 더 넣고 비비고....

아주 땀이 쭉쭉 납니다 ㅎㅎ

어쨌든 올해는 제가 제일 위에 있는 제일 큰 양념통을 책임지고 밑에 두개는 형수님과 작은어머니 작은아버지가 마무리 했습니다

 

 

 

 

저녁을 먹고 7시30분에 야간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식사마치고 여자분들은 바로 작업에 들어간다고 산더미만한 설거지가 제게 할당되었습니다 ㅠㅠ

장가가서 설거지도 잘한다는 말씀들도 함께 날려주시며...

전 결혼하기 전부터 설거지는 잘했는데 말이죠

제가 집에서 설거지 잘하는 건 어떻게들 아셨을까요? ㅎㅎ 

 

 

 

 

여자분들은 김치속을 넣고 남자들은 원활히 작업이 진행되도록 배추꼬다리를 제거해 운반하고 김치속이 떨어지기 전에 올리고

김치통 나르는 지원업무를 합니다

저도 따뜻한 차와 물을 수시로 정성스럽게 서빙하고 김치통도 부지런히 나르고 김치속까지 넣는 멀티플레이어로 뛰었습니다

 

 

 

 

12시 자정이 다 되어서 배추김치는 모두 끝났습니다

이젠 마지막 깍두기김치 차례...

작업대 위에 깍두기 무를 넣고 남은 양념과 며느리도 안가르쳐주는 비법양념을 더해 열심히 비빕니다

 

 

 

 

올해는 무가 연하고 맛있게 농사가 잘되어서 깍두기가 아주 맛있을것 같습니다

때깔도 쥑입니다~~

 

 

 

 

새벽 12시 30분이 되어서야 모든 작업이 끝이 났습니다

올해의 작업평은 배추, 무도 맛있고 양념도 잘되어 어느때보다 맛이 기대가 된다는 평입니다

2012년산 배추김치와 깍두기가 최고의 빈티지가 될 수도 있겠어요  ㅎㅎ

 

 

 

 

열심히 일 많이 했다고 칭찬 좀 들었습니다

쇠경으로는 김치 한 통, 깍두기 한 통 받았습니다...거의 노비 수준이죠 ㅎㅎ

아직 아이들도 어리고 김치냉장고가 없어서 많이 먹지는 않아서요...조금씩 가져다 먹어야죠

이렇게 올해를 마무리하는 큰 행사가 끝이 났습니다

부모님은 매년 후회하면서도 친척들과 자식들 생각에 쉽게 줄이지 못하나 봅니다

친지들이 함께 모여서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기회 중 하나이니 이것도 없으면 아쉬울것 같긴 합니다

김장을 크게 하다보니 김장 한번 하면 여자분들은 몸살이 한번 나던데 무사히 지나갔으면 좋겠네요

 

또 이렇게 김장 마무리를 해서 올 겨울 난로처럼 따듯하고 든든하게 지낼 수 있을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