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fe Studio/일상다반사

시계는 거꾸로 간다

토요일 저녁에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한 통 옵니다

사촌형이 자다가 갑작스럽게 심근경색으로 중환자실로 실려갔고 다른 6촌 형님도 대장암 수술을 했으니 거기도 문병을 하라는...

그래서 계획은 먼저 청주에서 문병하고 큰어머니 계시는 요양원에 들러봤다가 우리는 올라오는 길에 6촌 형님 들러보라고 병원 

투어 코스를 만들어 주십니다


일요일 아침 길도 멀고 춥고 해서 저 혼자 다녀오기로 하고 고속버스를 타고 청주로 내려갔습니다

청주에서 큰형네 부모님과 만나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넓은 버스는 텅 비어 있고 날씨마저 흐리고 눈발까지 휘날리니 오랜만의 혼자 여행이지만 마음이 

홀가분 하지는 않습니다


사촌형은 소방관이라 숙직하다가 사고가 생겼는데 다행히 옆에 동료가 있고 응급조치가 빨라서 다행히 위기를 잘 넘어갔게

되었답니다. 환자 상태도 생각보다 좋아 보입니다 

사촌, 6촌 형제 중에 제가 막내이긴 하지만 이제 하나 둘 건강에 이상 신호가 오는 걸 보니 이제 정말 건강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근처에 있는 큰어머니가 계시는 요양원에 들렀습니다

항상 정 많고 인자하신 큰어머니로만 기억하고 있는데 오랜만에 뵈니 백발 호호 할머니가 되셨어요

치매가 있어서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은 사람을 못알아 보실때도 있다는데 이 날은 제 이름까지 부르시면서 다 알아보시네요

건강하실때도 그랬던 것처럼 다들 밥은 어떻게 했냐고 밥걱정...몇 번을 물으시네요ㅎㅎ

본인 몸도 건사하지도 못하시는데 가족들 끼니 거를까봐 걱정이신가 봅니다

큰어머니가 해주시던 칼국수는 정말 모두가 좋아했던 별미였었는데 이제 그 맛을 볼 수 없으니 아쉽습니다


이 작품들 좀 보시죠

너무 이쁘게 잘 했죠?





ㅎㅎ 시현이 작품이 아니라 여든살이 넘은 큰어머니 작품이에요

유치원처럼 작품들이 복도에 걸려 있네요

미술을 통해 치료하는 수업을 하나 봅니다

늙으면 다시 아이가 된다더니 딱 맞는 말이네요

작은아버지가 얼마 전에 왔을 때보다 더 기력이 없는 것 같다고 하시니 나오는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지키지 못할 약속이지만 자주 들리겠다고 인사하고 무거운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여기서 갈라져서 부모님과 작은아버지, 작은어머니는 당숙 아주머니 병문안 하러 가시고 형과 저는 올라오는 길에 분당에 육촌형님

병원에 들러보기로 했는데 차가 너무 밀려 바로 올라왔습니다

부모님 형제들 나이를 먹어가니 건강의 중요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됩니다

어른들도 기회 될 때 한 번이라도 더 찾아뵈어야 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