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 조용히 한 해의 계획도 세우고 한다지만 전 매년 정신없이 지냅니다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며 워낙 형식과 회의를 좋아하는 회의주의자들로 가득찬 회사를 다니다 보니 매년 1월에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큰 행사가 있어서 야근과 철야로 한 해를 멋지게 시작하곤 합니다
가장이 야근하느라 늦게 들어왔는데 시현맘과 아이들은 모두 꿈나라입니다
세상 좋아졌습니다...전 어릴적에 아버지가 안들어 오시면 감히 잠자리에 들지 못했는데 말이죠 ^^
이제 여성이 대통령이 되는 세상...세상이 바꼈습니다
당당하게 일하다 늦게 들어왔지만 행여 여성 세분이 깰까봐 불도 못키고 뒤꿈치를 들고 조용히 살살 욕실을 가던 그 때
거실 바닥에 검은 상자가 발에 걸립니다
불을 키고 뭔가 보니 못보던 상자인데 찌그러져서 시현이 물건들이 들어있습니다
윗쪽에 다른 상자도 하나 뒹굴고 있어서 봅니다
오 마이 갓! 제가 기다리던 티스토리 달력....
다른 분들은 이쁘게 포장된 달력을 기분좋게 받으셨던데 제 달력은 첫날부터 처참하게 짓밟혔습니다
특별한 모양의 달력 케이스입니다
안에 열어보니 상자는 텅 비어 있고 티스토리 표식과 말풍선 모양이 있습니다
이게 무슨 달력인가 하고 인터넷을 찾아보았더니 내용물이 죄다 없어졌군요
범인은 보나마다 요즘 툭하면 눈물 바다에, 건드리기만 해도 터지는...질풍노도 반항기에 접어든 공주1호 시현이의 짓이 분명합니다
물론 달력을 던져주고 테러를 암묵적으로 동의한 시현맘이 공범일겁니다
소파 옆에 시현이의 보물창고가 있습니다
집에서 없어지는 물건의 90%는 거기에서 나옵니다
멀쩡히 잘 먹던 반찬통이 갑자기 사라졌다가 한참 지난 후에 그 속에서 나타나 모두를 경악시킨적도 있고 할머니를 범인으로
의심받게 했던 잃어버렸던 현관 카드키가 그곳에서 나오기도 했습니다
거기서부터 수색을 펼쳤습니다
(이웃분들의 정신건강을 위해서 흑백으로 처리합니다)
은둔지 옆 소파 위 스케치북 있는데서 달력카드를 찾았습니다
다음 날 발견했었으면 아마 삐뚤빼뚤한 색연필 글씨로 편지가 씌어져 시현이 남자친구 손에 넘어가 있을 겁니다
요즘 한창 글 배우는 재미를 붙여 종이만 보면 편지를 써서 친구준다고 합니다
달력의 표식도 추가로 발견됩니다
색깔이 희미해 못찾을뻔 했는데 말풍선 모양의 포스트잇도 찾았습니다
이렇게 장물을 모두 찾고 나니 새벽 1시가 다되어 갑니다 ㅎㅎ
이 달력은 다행히 관심을 갖지 않아서 온전하네요
달력 케이스를 조립하고 소품들을 제자리로 돌려 놓았습니다
조립해보니 뒷쪽 상자 틀 끼우는 곳이 약간 찢어지긴 했지만 겉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글씨가 좀 작아 가독성을 떨어지지만 디자인은 참 이쁘네요
더우기 Mindeater님 등 이웃분들의 멋진 작품을 함께 감상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집에 두면 온전할 것 같진 않고 잔인한 여성 테러리스트들을 피해 사무실에 가져다 놓고 써야겠습니다^^
